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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무대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6월 23일 이재우, 김지영, 변성완, 박슬기의 공연과 6월 25일 정영재, 박슬기, 변성완, 박예은의 공연을 관람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24일 공연도 보려고 했으나 지인과 표를 교환하기로 한 것을 잊고 양도해 버리는 바람에 포기.


여러가지로 2012년의 국립발레단 공연과 비교가 되는 공연이었다.
볼쇼이와 국립이 하는 <스파르타쿠스>를 여러번 봤고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렇게 재미없었던 적은 23일 첫공이 처음이었다. 긴장감과 재미가 없는 루즈한 공연이었다. 2008년, 2012년 공연에서 국립의 기량이 볼쇼이만큼 뛰어나지는 않아도 볼쇼이 이상으로 울컥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것은 군무 덕분이었다. 온힘을 다해 춤추는 모습이 노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병사들의 열망과 겹쳐져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공연은 그런 몰입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컴퍼니 자체의 긴장감이 무뎌지지 않았나 싶다. 강수진 단장 부임 이후 군무가 꾸준히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라 바야데르>, <백조의 호수> 등 어느 작품을 비교하든 이전만 못했고 <스파르타쿠스>에서 그 정도가 심해진 것 같다.

그리고 음악. 내가 지금까지 들은 발레 음악 중 최악의 연주였다. 이 표현 너무 많이 쓰게 되는데, 어떻게 매번 최악을 갱신하는 것인지 속상하다. 스파르타쿠스 음악은 금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특히 막이 올라가자마자 나오는 크랏수스의 테마는 금관이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이끌어나가기는 커녕 푸쉬식 기운을 빠지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못할 수 있나 하는 수준이었다. 2012년 마르지오 콘티를 초청해 음악에 신경쓴 것과 큰 차이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주역 캐스팅. 2012년에 크랏수스를 추었던 김기완과 이재우는 작년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스파르타쿠스에 캐스팅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 주역은 스파르타쿠스, 크랏수스, 프리기아, 예기나 네 명 모두이고 크랏수스와 예기나는 절대 조역이 아니다. 네 역할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특별한 역이다. 볼쇼이 남성 수석무용수 중 절반 정도는 스파르타쿠스도 크랏수스도 춘 적이 없다. 아무리 스타 수석 무용수라도 배역에 적합하지 않으면 역할을 맡을 수 없는 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국립의 캐스팅은 스파르타쿠스가 주인공이니까 연차 쌓인 무용수들을 승진시키듯이 역할을 맡긴 것처럼 보였다.
2012년 김기완의 크랏수스가 광기어린 쾌락주의자를 훌륭하게 표현하여 딱 맞는 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아쉽다. 스파르타쿠스도 잘 해냈겠지만, 크랏수스를 다시 추는 날을 기다려 본다.


작년 공연은 일단 몇몇 주역의 역량이 너무 부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기량면에서는 발전했지만 여전히 배역에 필요한 카리스마는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무대 전체적인 루즈함까지 더해져 정말 재미없는 공연이 되었다. 그나마 막공은 연주도 나아졌고 주역의 역량도 훨씬 나아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프리기아와 예기나는 워낙 개성이 다른 역이라 며칠 간격으로 주역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박슬기는 두 배역을 한번에 하는 어려움 따위 보이지 않았다. 요염하면서도 냉철하고 똑똑한 예기나의 연기는 왜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을 하지 못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너무나도 훌륭했다. 벨기에 공연 DVD 안 나오나요? 프리기아 역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이 일품이었다.
정영재는 분장 없이도 스파르타쿠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잘 어울리는 베스트 캐스팅이었다. 게다가 스파르타쿠스라는 역할에 반드시 필요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김지영의 프리기아는 다리로 말하는 것 같았다. 고난도의 리프트와 파트너링, 그리고 의상에서 돋보이는 다리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변성완은 첫날보다 마지막날 연기가 더 좋았다. 박예은은 어려운 안무를 쉬워보이도록 소화했다.
주역 개개인이 좋았던 것과 별개로 무대의 완성도는 굉장히 아쉽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능력이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적절한 디렉션이다.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았다.

아래는 커튼 콜 사진들.


예기나 역 박슬기

프리기아 역 박슬기

프리기아 역 김지영

스파르타쿠스 역 이재우



예기나 역 박예은


스파르타쿠스 역 정영재

크랏수스 역 변성완

스파르타쿠스와 크랏수스 :)

덧글

  • 미이미 2017/07/04 18:44 # 답글

    작년에 스파르타쿠스를 봤었는데 그때도 완성도가 떨어져서 별로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독 이 작품에서 그런 느낌이 강한건 왜일까요 훙
  • Reina 2017/07/06 00:49 #

    저도 작년 공연도 정말 실망이었어요. 남성이 골고루 잘해야 하는 작품이라 완성도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해요. 인물 표현도 다층적이어야 하고요.
  • pimms 2017/07/07 22:51 # 답글

    저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발레를 잘 아시는 분이 이런저런 점이 아쉽다~ 라고 써주시니 그것 역시 재미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 Reina 2017/07/10 09:52 #

    저는 어느정도 기대치가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작품 자체가 좋아서 재미있게 보셨을 것 같아요 ^^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또 올려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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