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7일
[슬로베니아 국립 말리보르 발레단] 라디오와 줄리엣
2009.10.15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슬로베니아 국립 말리보르 발레단
안무: 에드워드 클루그
시댄스의 상연작품 중 하나인 라디오와 줄리엣. 굉장히 특이한 작품이었습니다. 영상으로 공연을 본 분의 평이 별로 좋지 않기에 그냥 넘길까 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데니스&아나스타샤 마트비엔코의 파드되를 보니 안무가 굉장히 아름답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일과 시간이 겹쳐 곤란했는데, 시연회를 보니 실제 공연이 더욱 궁금해져서 만사 제쳐놓고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을 쭉 따라가면서 보여주는 작품은 아닙니다. 굉장히 새로운 시각에서 함축적으로 안무된 작품이에요.
로미오가 죽은 줄리엣을 안고 서 있다가, 조명이 꺼졌다 켜지자 줄리엣이 로미오를 안고 서 있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짧은 순간에 그들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게 해주는 연출/안무였어요.
저의 감상보다는 공연 후 진행된 안무가와의 대화 내용을 옮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
이 작품은 제목부터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라 "라디오와 줄리엣"이지요.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사용해 관심이 갔습니다. 발레에서 음성이 있는 음악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고, 그 중에서도 대중적인 음악을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 적고, 록 음악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짧은 작품도 아니고 이렇게 긴 작품에선 정말 드문 일이지요.
안무가 에드워드 클루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야기에서 줄리엣이 보여주는 내면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줄리엣의 고통과,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자살하기 직전의 심경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은 크랑코, 맥밀란 등이 이미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그 음악을 사용하게 되면 이전의 작업들을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에는 이미 그의 해석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새롭게 구상하기 어렵다고요.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줄리엣이 로미오의 죽음을 발견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일어날지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싶었고, 고전을 넘어서 관객의 개인적인 체험에 따라 생각해 보게 할 수 있도록 마지막 부분을 안무했다고 하네요.
이 작품에 나오는 남자 다섯은 검은 수트를 입고 있습니다. 클루그는 무대 의상이 너무 두드러져서는 안되지만 그것 자체로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굉장히 남성적인 차림인 수트를 통해 외롭고 힘겨운 줄리엣을 둘러싼 남성의 세계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안무가와의 대화가 있어서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진행도 깔끔하게 되었고 통역도 정말 잘 해주셔서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공연이 끝난 직후에는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공연을 되새기다 보니 궁금한 것들이 하나씩 생기더라고요. 라디오헤드의 음악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선택했는데, 일부러 유명한 곡을 피한 것인지, 분위기를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 궁금했고요.
이 작품의 출연자는 줄리엣과 다섯 명의 남성입니다. 로미오를 비롯한 다섯 명의 남자들은 모두 같은 차림을 하고 있으며, 누가 티볼트이고 머큐쇼인지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요. 그렇게 구성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중간에 마스크를 하고 나오는 장면은 무슨 의미인지도 궁금하고요. 저의 느낌도 있지만, 안무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호기심이 생기네요.
솔직히 생소한 작품이라 반신반의했는데 좋은 작품을 보게 되어 기쁩니다. 안무가가 직접 추는 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하루 공연으로 끝나서 아쉬워요.
www.danceinkorea.com에 사진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전체 공연이 시연되지 않아 사진은 적어요!
# by | 2009/10/17 02:42 | 무대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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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무도 굉장히 아름답고 무용수들 기량도 좋아서 저도 집중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
저는 로미오와 줄리엣 보러 가요. 평은 갈리는 것 같던데 어떨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