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단] 오네긴

2009.9.11, 16, 19
오네긴: 엄재용, 이현준, 이반 질-오르테가
타치아나: 황혜민, 강미선, 강예나
렌스키: 김세종,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이승현
올가: 김나은, 손유희, 한서혜
그레민: 황재원, 예브게니 키사무디노프, 서동현


유니버설발레단이 <오네긴>을 공연한다고 발표했을 때, 드디어 우리나라 발레단에서도 이런 걸작 드라마 발레를 공연한다는 기쁨과 기대감에 더해, 이 어려운 작품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결국 세 캐스팅 모두를 보게 되었고, 세 쌍의 주역이 각자 자신들만의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네긴을 추신 세 분의 개성이 모두 달라서 세 번이나 봐도 새로웠어요. 엄재용 씨는 오만하지만 매력적인 남자, 이현준 씨는 오만한 나쁜 남자, 이반 질-오르테가는 굉장히 멋있고 즉흥적인 남자로,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오네긴을 창조해내셨어요.
예를 들어 엄재용, 이현준 씨가 1막에서 공허함과 허무함을 표현했다면 이반 질-오르테가는 뭔가 닿을 수 없는 것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 이현준 씨는 2막에서 좀더 비열합니다. 타치아나의 솔로 후에 악의에 찬 웃음을 짓고 올가를 붙잡아요. 이반의 경우 좀더 장난스러운 기분풀이라는 느낌입니다. 뺨을 맞고 나서도, 이반은 자존심상해 하는 표현 뿐이지만 이현준 씨는 그에 더해 굉장히 분하다는 연기였습니다.


타치아나는 뚜렷하게 이런이런 점이 다르다고 짚을 수는 없지만 다들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셨어요. 그런 표현은 아무래도 편지 파드되에서 제일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황혜민 씨는 오네긴의 편지에 굉장히 동요하여 격정을 가까스로 추스리고 있는 모습이었고, 강미선 씨는 감정을 억누르고 오네긴을 떨쳐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감정을 속이지 못하고 폭발하고 마는 연기였습니다.


조연 중에서는 올가들의 연기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김나은, 손유희, 한서혜 씨 모두 장난기 많고 철없지만 귀여운 어린 소녀 역할을 굉장히 깜찍하게 해내셨어요.


그레민 역의 황재원 씨가 타치아나와 파드되를 추니 따스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춤이 되었어요. 황재원 씨가 얼마나 뛰어난 무용수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춤에 설령 어떤 단점이 있다고 해도, 마음을 담아서 출 수 있다는 것이 황재원 씨의 대단한 점이에요. 오네긴을 하셨다면 굉장히 잘 해내셨을 텐데 너무 빨리 은퇴하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울과 편지 파드되를 제외하고 좋아하는 장면은 2막에서는 렌스키가 오네긴의 뺨을 때리는 장면. 얄미웠는데 잘됐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의상과 무대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크랑코 재단의 요청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오네긴>을 끊임없이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려는 노력이겠지요.
배경의 나무가 타치아나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1막의 울창한 나무는 사랑의 설레임과 기대를, 2막의 앙상한 나무는 사랑을 잃은 타치아나의 마음을, 3막의 기둥은 이미 단단하게 고정되어 돌이킬 수 없는 타치아나와 오네긴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오리지널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그동안 본 영상 및 사진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는 이전 세트가 더 마음에 듭니다. 편지 파드되 의상은 귀부인답게 좀더 화려해도 될 것 같거든요. 가까이서 보면 물론 자수도 아름답고 예쁜 의상이지만 무대 위에서 귀부인의 화려함이 강하게 엿보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발레단에서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것이 굉장히 기쁘고, 앞으로도 꾸준히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네긴을 발판삼아 다른 훌륭한 작품도 많이 가져오기를 기대합니다. :)
www.danceinkorea.com에 사진 업데이트했습니다. 밝은 렌즈 없이 갔는데 무대가 생각 외로 어두워서 좋은 사진이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쉬워요.

by Reina | 2009/10/13 23:40 | 무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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