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해외 발레단 내한 공연 티켓 가격과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극장 <백조의 호수> 공연 무대

 2012년 ABT와 마린스키 내한 이후 올해까지 이렇다 할 큰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없었습니다. 원래부터 유명 발레단 내한공연이 드문 것이었다면 한국 같은 변방은 원래 안 오는 거구나~ 라고 받아들일 텐데 한국에도 볼쇼이, 마린스키, 로열 등등이 몇년 간격으로 내한했던 시절이 있는지라 문화 인프라가 발전하기는커녕 퇴보하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였죠.
 2012년이 어떤 마일스톤이 되는 해인 것이, 한국인 무용가가 수석으로 활동하는 단체 중 세계적인 발레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단체가 내한했던 해라는 점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ABT에는 서희, 마린스키에는 김기민이 있으니 모객도 더 쉬울 것이고, 앞으로 이들의 공연을 국내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겠구나, 라는 꿈이었죠.
 이 꿈은 ABT <지젤> 공연의 티켓 가격이 발표되면서 산산이 깨지고 맙니다. 기존에 VIP, R, S, A, B, C 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티켓 등급에 ‘프레지던트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며 40만원을 책정한 겁니다. 이 ‘사건’은 예술의전당 정책까지 바꾸어버릴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칩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45만원을 받는 공연이 있었습니다. 베를린 필 공연 R석이 45만원이었죠. 하지만 베를린 필은 현지에서도 제일 좋은 자리가 290유로(2017년 11월 현재 약 38만원)입니다. 그리고 베를린 필은 수요가 있어요. 45만원이라도 매진되어서 못 구합니다. 한편 ABT는 2018년 케네디 센터에서 올라가는 <휩트 크림>의 제일 좋은 자리가 249달러(2017년 11월 현재 약 28만원)네요. 투어 가격을 비교하면, 2014년 일본 공연 최고가가 22,000엔(2017년 11월 현재 약 22만원)이고, 2018년 홍콩 공연 최고가가 1,080 HKD(2017년 11월 현재 약 16만원)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기존의 ‘VIP석’이라는 명칭을 넘은 ‘프레지던트석’이라는 문구를 붙인 것도 논란이 되었습니다. 예술의전당 측의 ‘요청’으로 ‘프레지던트석’이라는 명칭은 ‘VIP석’으로 변경되었지만, 이후 예술의전당은 VIP석이라는 명칭을 없애고 최고 등급을 R석으로 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가격 책정 덕분에 ABT 내한공연은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오페라극장 객석이 그렇게 텅 빈 공연은 그때 처음 보았고, 초대권 좌석이 아닌데도 오페라극장 중앙블럭 1열이 비어있는 것도 그때 처음 보았습니다. ABT도 그런 텅 빈 객석을 두고 공연한 적이 손에 꼽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도 열과 성을 다해 공연하는 모습에 더 열심히 박수를 치게 되었어요. 하지만 망한 공연은 망한 공연... 앞으로 ABT의 내한을 보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ABT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시 내한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 있었던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은 큰 잡음 없이 지나갔습니다. VIP석 27만원도 적절한 가격이라고 하기 어렵고, 첫날 공연 1, 2층이 기업 단관으로 선점되는 등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프레지던트석 40만원에 비하면 별 문제가 아니었죠. 물론 공연 내용도 훌륭했고요.
 하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해외 발레단의 내한공연이라는 시장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넌 것 같습니다.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내한이 전무한 것은 물론, 가끔 오는 규모가 작은 발레단들의 공연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책정되는 일이 자꾸 일어났습니다. 2014년 노보시비르스크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VIP석이 30만원이었는데, 사실상 관객이 보러 오라고 올리는 공연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CBS 창사 60주년 기념 공연으로서 초대권을 받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비싼 티켓을 받았어!’라고 뿌듯해하게 하려는 가격 책정이었겠지요. 하지만 이걸 잘 모르고 아무 발레단이나 불러서 30만원 받으면 공연이 올라가는 줄 아는 기획사가 있었는지, 이듬해 2015년에 보스턴 발레단 내한으로 VIP석 30만원을 책정했다가 공연이 아예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한정 세계 최고 발레리나인 강수진의 존재는 이런 상황에 딱히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강수진이 나오기만 하면 표는 팔리니까, 크레디아는 강수진이 소속되어 있던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을 2-3년 간격으로 부르며 배짱 가격을 매겼죠. 2012년 <까멜리아 레이디>(이 작품 이렇게 부르기 너무 싫은데 춘희라고 하면 일본식이고. 동백 아가씨라 할 수도 없고. ㅠㅠ)는 VIP석 25만원, 2015년 <오네긴>은 R석 28만원이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 현지에서는 제일 비싼 티켓이 139유로(2017년 11월 현재 약 18만원)이고, 2015년 <오네긴> 일본 투어는 최고가가 19,000엔(2017년 11월 현재 약 19만원)이네요.  
 그래도 이 공연들에서는 최소한 작품다운 작품은 볼 수 있었죠. 2014년 인스부르크 발레단에 강수진이 객연한 <나비부인>은 20만원부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링크가 없어졌지만 인스부르크 현지에서 공연할 때는 최고가가 45유로(2014년 당시 약 6만5천원)였습니다. 한국 공연에서 두 번째로 싼 티켓보다 저렴한 가격입니다. 미안하지만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수준도, 작품의 수준도 20만원을 받을 수준이 아니었어요. 이런 때는 그동안 공연 후기를 제대로 적지 않았던 것이 안타깝기만 하네요. <나비부인>을 보고 나서의 충격과 분노는 지금 생각해도 열불이 날 정도입니다. 그런데 강수진 단장은 그 작품을 국립발레단에 올리려고 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안나 카레니나> 예고편이었네요. <안나 카레니나> 후기는 꼭 써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깁니다...
 해외 발레단 공연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책정되는 동안 국내 발레단 공연은 어땠을까요. 이 역시 다른 의미로 비정상적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예술의전당 공연 기준으로 최고가를 10~12만원선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국립발레단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최고가 8~10만원을 유지하다 올해 6월에 <스파르타쿠스> 최고가를 4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책정합니다. 뒤이어 11월의 <안나 카레니나>는 신작인데도 불과 5만원에 판매하고요. 두 공연이 각각 ‘대한민국발레축제’와 ‘평창 성공 기원 공연’으로서 국고 지원을 꽤 받았는데, 지원금을 공연 퀄리티를 높이는 데 사용하기 보다는 티켓 가격을 낮추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보여 우려가 됩니다. 이러면 상대적으로 유니버설발레단 티켓이 비싼 것으로 보이거든요. 실질적으로는 국립발레단 티켓이 저렴한 건데요. 단기적으로 국립발레단 공연의 접근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발레 관객이 늘어나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고 봐야 알겠죠.

 이런 상황 속에서 마린스키발레단이 내한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발레팬 모두가 기뻐했죠. 작품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니, 한국에서 보기 힘든 작품이었다가 작년에 국립발레단이 프롤로그 포함한 프로덕션을 올린 참인데! 그리고 왕자 비중이 적어서 우리가 기대하는 김기민의 활약을 만끽할 수 없을 텐데! 우린 <라 바야데르>가 좋아! 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5년만의 내한이라니 일단 감지덕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라... 얼마 뒤에 작품이 <백조의 호수>로 변경됩니다. 아 지금 바야데르 운운할 때가 아니구나. 꼭 사골국같은 백조의 호수를 해야 하나...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사실은 그걸 안타까워할 때도 아니었습니다. 마린스키 발레단이긴 한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발레단이 아니라 연해주에 있는 분관, 프리모스키가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처음 공지되었던 김기민, 쉬클랴로프, 스코릭, 파블렌코가 아니라 김기민과 테료쉬키나, 그리고 프리모스키 무용수들이 주역을 맡는다는 겁니다. 어쩐지, 파블렌코는 노조 활동하다 찍혀서 투어에 거의 나오지도 못한다던데...
 프리모스키 극장 내한, 좋습니다. 프리모스키도 마린스키 극장인거 맞습니다. 분관이니까요. 개런티라던가 일정 등의 문제로 마린스키 본관을 부를 수 없다면 프리모스키라도 불러서 김기민 씨가 주역하는 모습을 보면 좋죠. 하지만 이 공연의 타이틀은 ‘마린스키 극장 (Primorsky Stage) 내한공연’ 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일반 관객이 프리모스키가 뭔지 어떻게 아나요? 프리마랑 비슷한 건가? 그럼 최고라는 뜻인가? 하고 넘기겠지요. 
 이 기사에 따르면 기획사 측은 “"올해부터 게르기예프가 경영 정책 일환으로 해외 공연은 마린스키 4극장이 주도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며 "애초 1극장 소속 마린스키 발레단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이번 내한공연의 무용수 구성도 게르기예프가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하네요. 와, 게르기에프 정말 너무합니다. 마린스키 본관이 미국 가서는 포킨 빌에 <라 바야데르>까지 올리고, 중국에서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올리면서, 왜 유독 한국에는 못 보내겠다는 건가요? 미국이랑은 사이도 안 좋으면서 마린스키 본관을 보내고!!! 김기민의 나라 한국에는 왜!!! 프리모스키를 보낸다는 것인가!!!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관계자님, 당장 게르기에프에게 엄중하게 따져 주십시오. 우리나라에 프리모스키를 보낼 거면 경영 정책을 지켜서 (미국은 이미 끝났고) 중국에도 프리모스키를 보내라고요!!!!!
 그리고 같은 기사에 따르면 “"군무진은 (1극장 소속) 마린스키 발레단과 (4극장 소속) 프리모스키 스테이지가 함께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마린스키 극장의 바쁜 일정으로 상세 캐스팅을 전달받지 못해 몇 명씩 나눠서 올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는데 게르기에프...약속을 안 지킨 건가요? 아래 캐스팅표에는 마린스키 본관 무용수가 김기민 테료쉬키나 외에는 안 보이는데...??? 제가 마린스키 본관 무용수를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으니 혹시 잘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티켓 가격이... 2012년에 마린스키 본극장이 왔을 때 최고가가 27만원이었는데, 올해 프리모스키는 28만원이었습니다. 현지 가격을 비교하면, 마린스키 본관 <백조의 호수> 공연 정가는 3500~10000루블(6만6천원~19만원), 프리모스키가 100~3750루블(2천원~7만원)입니다. 중간 가격이라 할 수 있는 3층 앞자리 가격을 비교하면 프리모스키 내한공연이 16만원, 마린스키 본관이 5500루블(10만5천원), 프리모스키가 900루블(약 만7천원).
 김기민 씨도 테료쉬키나도 너무너무 좋아하기에 제일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었고, 언제 다시 볼지 모르니 2회 공연 모두 보고 싶었지만, 프리모스키 공연에 도저히 28만원은 못 내겠더라고요. 김기민과 테료쉬키나의 공연에 28만원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팔아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우겨우 자신과 타협해서 23만원짜리 좌석에서 한 번만 봤습니다. 저에게 돈이 많다고 할지라도 돈을 더 내고 두 번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럼 얼마였다면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했을까요? ABT 40만원 이후 군소 발레단도 30만원씩 받는 상황이라 적정 가격이라는 개념이 무너져 버렸어요. 그래도 제 감각으로는 R석 15만원 정도면 적당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정도였다면 테-김 공연 두 번 보고, 프리모스키 주역 회차도 호기심에 한번 봤을 듯해요.

 이제야 겨우 실제 공연 얘기를 할 수가 있네요. 테료쉬키나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완벽합니다. 너무 완벽해서 뭐라고 덧붙일 말이 없어요. 흑조는 레벨이 달라요. 오딜이 악의 여왕이고, 로트바르트는 그 조력자 정도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매혹적이고 섹시하고 자신만만해서, 왕자는 그녀를 본 순간 이미 그녀의 마법에 넘어가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언뜻언뜻 사악할 정도로 유혹적인 미소를 지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의 야광봉을 흔들었습니다.
 김기민 씨는 날더군요. 바리에이션에서 부웅 날아오르는 것을 멍하니 보면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하다가 이게 김기민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신차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제가 본 것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어서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해 봤는데, 동영상 속의 모습도 대단하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느낌이 한차원 더 다릅니다. ‘점프를 한다’가 아니라 그냥 날아요.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3막에 점프 하나 나오는 것마저 날아오릅니다. 지금까지 평범한 인간인 왕자가 어떻게 악마 로트바르트를 이기냐 생각했는데 이렇게 날 수 있는 왕자라면 로트바르트 따위는 맨손으로 죽일 수 있겠다고 납득해 버렸습니다.
 발레단 자체는 평이했습니다. 어차피 마린스키 본관의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았고요. 주역에 시선이 가니 나머지는 제 역할만 하면 특별히 거슬릴 게 없었습니다. 다만 무대 바닥을 대체 어디서 준비한 건지 굉장히 상태가 안 좋아 보였습니다.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 있는 곳에서 발을 떼는 듯한 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들렸어요. 일부 무용수들이 토슈즈에 송진을 너무 많이 발랐나 생각했는데, 그렇다기엔 공연 내내 그런 소리가 계속되더라고요.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뭔가 뿌려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요. 혹시 이런 상황을 잘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악은... 국내 오케스트라는 금관이 고질적인 문제라, 2막에 바람 빠진 나팔소리가 울리니 나팔수 역 하는 사람이 창피하겠다 생각되었고요... 마주르카는 왜 그렇게 빠르게 연주한 걸까요? 너무너무너무 빨라서 객석에 앉아있는 제 마음이 급해지고 초조해질 지경이었습니다.
 두 사람을 찬양하는 것으로 5천자를 빽빽이 채워도 모자랄 후기에 가격이니 프리모스키니 어쩌고 저쩌고 덕지덕지 쓰자니 안타깝습니다. 프리모스키와 5년간 계약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지금 링크를 못 찾겠네요. 표가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객 호응도 너무 좋았고 골수 발레 팬이 아닌데도 김기민 보러 갔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여요. 이제 유명 발레단 내한은 포기했고요. 꼭 보고 싶으면 그냥 일본 공연이나 현지 가서 볼게요. 김기민 씨 주역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하겠으니 다만 가격이라도 좀 정상적인 가격으로 올려 주세요. 환영하며 출석도장 찍겠습니다.

 아래는 커튼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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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무대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6월 23일 이재우, 김지영, 변성완, 박슬기의 공연과 6월 25일 정영재, 박슬기, 변성완, 박예은의 공연을 관람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24일 공연도 보려고 했으나 지인과 표를 교환하기로 한 것을 잊고 양도해 버리는 바람에 포기.


여러가지로 2012년의 국립발레단 공연과 비교가 되는 공연이었다.
볼쇼이와 국립이 하는 <스파르타쿠스>를 여러번 봤고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렇게 재미없었던 적은 23일 첫공이 처음이었다. 긴장감과 재미가 없는 루즈한 공연이었다. 2008년, 2012년 공연에서 국립의 기량이 볼쇼이만큼 뛰어나지는 않아도 볼쇼이 이상으로 울컥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것은 군무 덕분이었다. 온힘을 다해 춤추는 모습이 노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병사들의 열망과 겹쳐져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공연은 그런 몰입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컴퍼니 자체의 긴장감이 무뎌지지 않았나 싶다. 강수진 단장 부임 이후 군무가 꾸준히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라 바야데르>, <백조의 호수> 등 어느 작품을 비교하든 이전만 못했고 <스파르타쿠스>에서 그 정도가 심해진 것 같다.

그리고 음악. 내가 지금까지 들은 발레 음악 중 최악의 연주였다. 이 표현 너무 많이 쓰게 되는데, 어떻게 매번 최악을 갱신하는 것인지 속상하다. 스파르타쿠스 음악은 금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특히 막이 올라가자마자 나오는 크랏수스의 테마는 금관이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이끌어나가기는 커녕 푸쉬식 기운을 빠지게 만들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못할 수 있나 하는 수준이었다. 2012년 마르지오 콘티를 초청해 음악에 신경쓴 것과 큰 차이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주역 캐스팅. 2012년에 크랏수스를 추었던 김기완과 이재우는 작년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스파르타쿠스에 캐스팅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 주역은 스파르타쿠스, 크랏수스, 프리기아, 예기나 네 명 모두이고 크랏수스와 예기나는 절대 조역이 아니다. 네 역할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특별한 역이다. 볼쇼이 남성 수석무용수 중 절반 정도는 스파르타쿠스도 크랏수스도 춘 적이 없다. 아무리 스타 수석 무용수라도 배역에 적합하지 않으면 역할을 맡을 수 없는 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국립의 캐스팅은 스파르타쿠스가 주인공이니까 연차 쌓인 무용수들을 승진시키듯이 역할을 맡긴 것처럼 보였다.
2012년 김기완의 크랏수스가 광기어린 쾌락주의자를 훌륭하게 표현하여 딱 맞는 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아쉽다. 스파르타쿠스도 잘 해냈겠지만, 크랏수스를 다시 추는 날을 기다려 본다.


작년 공연은 일단 몇몇 주역의 역량이 너무 부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기량면에서는 발전했지만 여전히 배역에 필요한 카리스마는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무대 전체적인 루즈함까지 더해져 정말 재미없는 공연이 되었다. 그나마 막공은 연주도 나아졌고 주역의 역량도 훨씬 나아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프리기아와 예기나는 워낙 개성이 다른 역이라 며칠 간격으로 주역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박슬기는 두 배역을 한번에 하는 어려움 따위 보이지 않았다. 요염하면서도 냉철하고 똑똑한 예기나의 연기는 왜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을 하지 못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너무나도 훌륭했다. 벨기에 공연 DVD 안 나오나요? 프리기아 역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이 일품이었다.
정영재는 분장 없이도 스파르타쿠스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잘 어울리는 베스트 캐스팅이었다. 게다가 스파르타쿠스라는 역할에 반드시 필요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김지영의 프리기아는 다리로 말하는 것 같았다. 고난도의 리프트와 파트너링, 그리고 의상에서 돋보이는 다리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변성완은 첫날보다 마지막날 연기가 더 좋았다. 박예은은 어려운 안무를 쉬워보이도록 소화했다.
주역 개개인이 좋았던 것과 별개로 무대의 완성도는 굉장히 아쉽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능력이 부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적절한 디렉션이다.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았다.

아래는 커튼 콜 사진들.

이어지는 내용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오픈리허설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오픈리허설에 다녀왔습니다.
찍은 사진 중 눈에 띄는 것만 한두장씩 올려보아요. 

클래식 발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돈키호테인데, 유니버설발레단의 공연은 굉장히 마음에 드는 프로덕션입니다.
고전에 충실하고 이야기의 재미를 잘 살려낸 버전이에요.
이번에도 아, 이래서 내가 돈키호테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김나은, 강민우 씨

양 첸, 데니스 자이네티노프

오혜승

강미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아나스타샤 데미아노바

황혜민, 간토지 오콤비얀바

안나 톨마체바, 달라르 자파로프

달라르 자파로프

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

홍향기, 이동탁

며칠 뒤 실제 무대에서 볼 날이 기대됩니다 ^^


[파리 오페라] <La Source> 라 수르스 (샘) 무대

2014년 12월 28일, 30일
NAÏLA: Sae Eun Park
DJÉMIL: Audric Bezard
NOUREDDA: Eve Grinsztajn
ZAËL: Axel Ibot

2014년 12월 29일
NAÏLA: Muriel Zusperreguy
DJÉMIL: Josua Hoffalt
NOUREDDA: Alice Renavand
ZAËL: Fabien Revillion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활동중인 박세은 씨가 언젠가 주역을 맡으면 보러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루어졌네요.
제가 후기를 쓰지 못한 사이 해가 바뀌어 벌써 두번째 주역을 맡아 <백조의 호수>도 성공적으로 공연했고요.
박세은 씨의 공연 날짜는 12월 28, 30일로 예정되어 있었고 생소한 작품이다 보니 비교 감상을 위해 다른 주역이 공연하는 29일도 한번 더 예매해서 총 세번 관람했어요.

이 작품은 1866년 초연 당시 유행하던 이국적인 분위기(코카서스 지방과 오달리스크)에 요정의 세계가 더해져 있는 작품이에요. 원 안무는 소실되어 잊혀졌고, 쟝 기욤 바르가 새롭게 안무했습니다. 고전발레의 느낌을 주면서도 어디 다른 작품에서 본듯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독창성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무대 장치도 효율적으로 사용했고요. 

작품의 줄거리는 고전발레에 흔한 이야기인 사랑에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여자와, 그 여자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가는 남자의 이야기예요. 코카서스의 어느 부족이 이동 중 샘 옆에 잠시 쉬어갑니다. 무리의 리더인 모즈독의 누이 누레다는 닿을 수 없는 곳에 핀 신비한 꽃을 가지고 싶어하고, 남자 주인공 제밀이 몰래 지켜보다가 나타나 꽃을 꺾어다 줍니다. 이미 누레다에게 반한 상태인 제밀은 누레다가 쓴 베일을 걷어올리는데, 모즈독이 거칠게 떼어내고 부족 남자들과 함께 거의 죽을 정도로 때려눕힌 뒤 떠납니다. 혼자 남겨져 죽어가는 제밀 앞에 샘의 요정 나일라가 나타나 목숨을 구해줍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즐거운 파드되. 저는 이렇게 두 사람이 잘 되는 줄 알았으나 전혀 아니었습니다.

2막은 칸의 궁전에서 시작합니다. 누레다가 칸과 결혼하기 위해 들어오고 칸은 모즈독에게 누레다의 아름다움에 상응하는 지참금을 약속합니다. 칸의 총애를 받던 오달리스크 다제는 칸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누레다에게 반한 칸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그때 변장을 한 엘프들과 제밀이 나타나 마법과 묘기를 부리며 모두의 시선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나일라가 신비하게 등장하자 칸은 나일라에게 마음을 빼앗겨 누레다와의 결혼을 취소해 버립니다.
장면이 바뀌어 절망하는 누레다 앞에 제밀이 나타나 구애하지만 모즈독에게 들켜서 죽음의 위기에 빠집니다. 이때 나일라가 나타나 시간을 멈추고 제밀과 누레다를 데리고 도망칩니다. 제밀은 누레다와의 사랑을 이루어 달라고 나일라를 조릅니다. 나일라는 결국 자신의 목숨을 바쳐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어주고 죽어갑니다.

박세은의 공연을 볼 때마다 정말 특별한 무용수라고 생각했어요. 무대 위에서 빛이 난다는 느낌. 이 무대에서도 주변을 화사하게 만드는 아우라가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요정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가볍고 사뿐사뿐, 사랑스러운 느낌, 어딘가 인간과는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 처음에는 타고난 개성이 요정에 어울려서 그런걸까 했는데, 팔의 움직임이나 동작 하나하나가 요정같이 보이도록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았어요.
29일에 주역을 맡은 뮤리엘 주스페르기(Muriel Zusperreguy)도 굉장히 아름답고 잘하는데, 그 부분이 다르더라고요. 스와닐다나 리즈 같은, 장난스러운 아가씨로 보였어요. 요정이 아니라 인간으로 보였던 거죠.
물론 박세은 씨는 요정같은 존재감이나 단순한 움직임 뿐만이 아니라 춤도 놀라웠어요. 나일라의 춤에는 32회전 푸에테처럼 화려한 테크닉은 없어요. 점프나 회전은 주로 남자 무용수들이 보여주고, 나일라의 춤은 어찌 보면 평범한 동작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요. 그런데도 스텝 하나하나와 점프 하나하나에서 힘들이지 않는 가벼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1막 솔로에서 피케 마네쥬에 이어 점프하는데, 그야말로 날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객석의 분위기에서 동일한 감탄이 느껴졌어요. 다른 날에 비교해 관객의 반응에서 확연한 온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연기에도 호소력이 있었고요.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의 사랑을 이루어 주기 위해 목숨을 버려야 하는 상황을 관객이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하기는 어려운 작품이죠. 그런데도 '이대로 계속 살아가도 그의 사랑은 얻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이라는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이 전해졌어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공연은 2007년에 <고집쟁이 딸>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주역도 게스트였던 스베틀라나 룬키나였고, 작품도 애쉬튼 작품이라 발레단의 개성이나 특색은 잘 느끼지 못했었죠. 이번에 <호두까기 인형>과 <라 수르스>를 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남자 무용수들이 정말 잘한다는 거예요. 그거야 당연한 얘기인데... 아라베스크 하나를 해도 높은 드미포인트로 아름다운 라인이 나오고, 점프 동작 하나도 가볍고 높게 하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럽게 충격을 받았어요. 솔리스트 역할인 초록색 엘프와 그의 부하 격인 파란색 엘프가 있는데, 그중에 제일 잘하는 사람이 가운데의 초록색 엘프를 하고 파란색 엘프는 조금 덜 잘하는 사람이 하는 거겠지, 하고 봤더니 다 똑같이 잘해요!!!

제밀은 남자주인공이지만 히어로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호감이 가지 않았어요...나일라가 인간 행세까지 하면서 자리를 다 마련해 주었는데 누레다 앞에서 쭈뼛쭈뼛대는 모습이 너무 답답했어요 ㅠㅠ 자기 사랑 이루어야 하니까 넌 죽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도 너무 어이없고요 ㅠㅠㅠㅠ 발레에서 이런거를 뭐하러 따지냐 싶지만, 무용수가 아무리 잘해도 커버가 안 되는 찌질함이었네요...... 제밀이 멋있었던 건 높은 곳에 피어 있는 꽃을 꺾는 듬직한 모습과 바리에이션에서 인간 같지 않게 높이높이 나는 점프... 그러나 매력이 부족한 캐릭터예요.

오히려 모즈독 역할이 인상적이었어요. 28, 30일의 모즈독은 좀더 악당같은 느낌으로, 잘 먹고 잘 살려고 누이를 칸에게 넘기는 것 같았다면 29일의 모즈독은 누이를 아끼고 부족을 염려하는 멋진 리더같은 느낌이더군요.

29일의 누레다 알리스 르나방은 어딘가 쓸쓸해보이면서도 강인해보이는 미인, 다제는 고혹적인 미인으로 각자의 역할에 잘 어울렸어요. 둘 다 무대에 얼굴이 드러난 순간 '와! 예쁘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워요. 다만 역시 캐릭터적으로 따져보면 누레다는 늘 수동적으로 모즈독-칸-제밀에게 끌려다니지만, 다제는 당돌하게 사랑을 갈구해서 호감이 가더라고요.

좋은 공연도 보고 파리 구경도 잘 하고 느긋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다녀오길 잘 했어요... 또 가고 싶네요.




커튼콜 사진들

월드 발레 스타즈 최종 캐스팅 (2014년) 발레 정보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공연입니다만 바로 아랫글이 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에 다른 리뷰도 적기 거시기하여... 최종 캐스팅을 적어 봅니다. 당시에 바로 이어서 쓰지 않았더니 어차피 끝난 공연 더 무엇을 논하냐 싶어서 귀찮아졌습니다만 일단 쓰기 시작한것 끝까지 정리해봅니다.
공연장에 다녀오신 분에게 받은 사진입니다.

11일 공연만 출연한다던가 15일 공연만 출연하는 무용수를 구별하지 않고 한꺼번에 적은 것 같긴 합니다만... 

기 공지되었던 무용수 중 출연 무용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안나 치간코바 (네덜란드 국립)
파울로 아라이스 (노르웨이 국립)
마리안나 리쉬키나 (볼쇼이)
김지영 (국립)
이영철 (국립)
알리야 따니크파예바 (헝가리 국립)
드미트리 티모피예브 (헝가리 국립)
안드레이 피사레프 (키예프)
사야카 타쿠다 (모스크바 국립)
아이도스 자칸 (보스턴)
올가 구드코바 (보스턴) - (11일 성남 공연만 출연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시카 오버턴 (조버그 발레) - (광주 공연에만 명단에 올라 있었습니다.)
제임스 프레이저 (조버그 발레) - (광주 공연에만 명단에 올라 있었습니다.)

기 공지되었던 무용수 중 출연하지 않은 무용수는 아래의 두 사람입니다.
카테리나 크하니우코바 (영국 국립)
이은원 (국립)

정지영 (국립), 이재우 (국립) 씨는 이은원 씨가 11일 공연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어 대신 공연을 했다는 것 같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출연진의 사정으로 인한 변경을 문제삼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어떤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출연 협의가 되었을지 의심스러운 무용수들이 명단에 올라 있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상황, 어떤 사정이든 출연자가 변경이 되었을 때 관객을 위해 정확한 공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 공연 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용 공연에서도 정확한 캐스팅이 발표되기를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월드 발레 스타즈" 캐스팅 또 변경 발레 정보

"월드 발레 스타즈" 캐스팅 변경 현황

"2014 월드 발레 스타즈" 공연과 관련하여 한국발레재단 박재근 이사장의 인터뷰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실렸네요.
발레 무용수를 거듭 '선수'라고 부르는 단어 선택이 인상적인 기사입니다.
기사에 실린 포스터를 보니 캐스팅이 또 변경되었네요.

볼쇼이 발레단의 안나 니쿨리나 대신 마리안나 리쉬키나가 오게 되었네요. 오늘 문득 들어가 본 것이기에 언제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니쿨리나로 바뀐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바뀐 걸까요? 그나마 그때그때 공지해 주는걸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리쉬키나는 6월 6일에 볼쇼이 극장에서 <해적>의 귈나라 역을 춥니다. 6월 7일 광주 공연에 참가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광주 공연만 빠지는 것인지 어쩐지... 광주 공연의 캐스팅 정보가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아 모르겠네요.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건지, 앞으로도 업데이트가 안 되는지는 모르겠고요.

키예프 발레단의 카테리나 하뉴코바는 "잉글리쉬 국립발레"라고 소속이 변경되어 올라와 있네요. 다음 시즌부터 이적하게 되는 걸까요?

이제는 호기심에 보고 싶은 공연이 되었는데, 서울 공연은 김주원 씨의 <지젤> 공연과 겹쳐서 가기 어려울 것 같고, 성남까지 가서 보는 수고로움은 감당이 안 되네요...

"월드 발레 스타즈" 캐스팅 변경 현황 발레 정보

공연 사기? "월드 발레 스타즈" 공연의 캐스팅 의혹

"2014 월드 발레 스타즈" 공연의 캐스팅이 소리소문없이 변경되었네요.
인터파크 예매 페이지에서 캡쳐한 화면입니다.

역시나 룬키나와 압차렌코의 이름은 빠지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네요.
두 사람만큼의 스타는 아니지만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안나 치간코바, 볼쇼이 발레단의 안나 니쿨리나가 출연하나 봅니다.
일단 각 발레단 스케줄과 겹치지는 않는데요, 안나 니쿨리나는 6월 8일에 볼쇼이 극장에서 <해적>의 메도라 역을 추네요. 6월 7일 광주 공연은 빠지고 11일과 15일 공연에만 나오는 걸까요?
저 캐스팅대로만 된다면야 볼만한 캐스팅이네요. 치간코바와 니쿨리나 외에도 국립발레단의 김지영, 이은원, 이영철 씨도 출연하시고, 키예프 발레단의 하뉴코바와 피사리예프도 좋은 무용수죠. 언제 캐스팅이 저렇게 정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저렇게 올렸어도 많은 애호가들이 관심을 가졌을 겁니다.

이 공연 소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5월 8일 @cometexpress님의 트윗을 통해서였습니다. 아마 공연 정보가 인터파크에 뜬 날짜는 큰 차이가 없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룬키나에게 메세지를 보내 보았던 것이 20일. 캐스팅 수정은 어제인 5월 23일에 되었고요. 보름이 지나서야, 그리고 첫 공연(광주)을 2주 남기고서야 변경이 되었네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성남아트센터 공연 안내와 인터파크 예매페이지 광주 공연 안내는 그대로입니다. 성남아트센터는 홈페이지 디자인상 직접 링크가 안 되네요. 5월 21일에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이 이전 공지 그대로인 것도 참고해 주시고요.

그럼 캐스팅이 얼마나 어떻게 변경되었는지 비교해 볼까요. 이전 글에 붙인 캡쳐에 "*** 외 다수"라고 적혀 잇었는데, 성남아트센터에 올라와 있는 포스터는 이전 캐스팅이 그대로 나와 있어 그것을 옮겨 봅니다.

그림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으실 테니 표로 정리했습니다. (괄호는 광주 캐스팅에 올라온 무용수입니다)

기존 캐스팅
변경 캐스팅
Aliya Tanykpayeva
Dmitry Timoffeev
Adios Zakan
Olga Gudkova
Sayaka Takuda
Svetlana Lunkina Anna Tsygankova
Artem Ovcharenko Paulo Arrais
Liudmila Konovalova Anna Nikulina
Denys Cherevychko Ji-Young Kim
Zherlin Ndudi Kateryna Khaniukova
Francesca Dugarte Andrii Pisariev
Dong Hoon Lee Mikhail Martynyuk
(Jessica Overton) Eun Won Lee
(James Fraser) Young Cheol Lee
(Alexander Omelchenko)

기존에 공지된 무용수 12명 중에서 절반이 넘는 7명이 명단에서 사라졌네요. 아직 변경 공지가 확실히 나지 않은 광주 캐스팅까지 포함하면 15명 중 10명이 빠진 겁니다. 이쯤 되면 캐스팅을 뭐하러 올려놨나 싶습니다. 과반수 이상이 바뀌었는데요. 설마 저 많은 무용수들이 모두 부상을 당한 것은 아닐 테고요.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캐스팅 명단에 올려놓은 것인지-와주길 희망하는 무용수? 와 달라고 연락한 무용수? 생각해 보고 알려주겠다고 한 무용수?-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또한, 현재 공지된 무용수들이 모두 정말로 공연을 하게 되는지도 주목해 보아야겠네요. 무용수의 사진까지 포스터에 올라갔으니 허위 정보는 아니겠죠?

"프로그램과 출연진은 사정에 의해 일부 변경될 수 있음" 그 일부란 대체 얼마를 말하는 것이며, 사정이란 뭘 말하는 것인지, 주최측의 설명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공연 사기? "월드 발레 스타즈" 공연의 캐스팅 의혹 발레 정보

"2014 월드 발레 스타즈"라는 공연이 광주문화예술회관, 성남아트센터, 국립극장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는 그 중 국립극장 공연 예매처 링크입니다.

초청 무용수들 명단 중에 스베틀라와 룬키나와 아르템 압차렌코가 있네요. 다른 무용수들은 상대적으로 세계적 유명 무용수는 아니기에, 이 두 명의 볼쇼이 무용수들이 이 갈라의 간판 스타라는 느낌입니다.
룬키나는 지금 복잡한 사정으로 볼쇼이에서의 활동을 중단하고 캐나다에 가 있는데, 볼쇼이에서 수석무용수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압차렌코와 함께 갈라에 초청되었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의 캐스팅이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있었던 발레 갈라에서 초청 무용수의 내한이 무산되는 경우가 너무 빈번했어서, 혹시나 하고 룬키나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룬키나로부터 한국에 오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이기 때문에 캡쳐는 붙이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아르템 압차렌코는? 볼쇼이 발레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한편 "2014 월드 발레 스타즈"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러시아 시간으로 12일과 14일 19시에 볼쇼이 극장에서 <카멜리아 레이디>를 추는 아르템 압차렌코가 11일 20시와 15일 17시에 한국에서 열리는 갈라에 참석할 리가 없겠지요...
공연 프로그램은 몇달 전에 이미 결정이 됩니다. 압차렌코는 3월에 이 작품의 볼쇼이 초연시에도 출연했기에 6월 공연도 준비중이었을 텐데 동일한 시기에 열리는 갈라의 초청에 응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렇다할 초청무용수가 없는 갈라에서 간판급으로 내세운 무용수들이 참석할 계획이 전혀 없는 갈라라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출연자가 부상 등의 사유로 출연을 취소하는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청 자체가 성사되지 않은 출연자를 당당히 명단에 올리는 상황은 사기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혹여라도 룬키나나 압차렌코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인물에게 속은 것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것도 유료 갈라를 주최하는 업체으로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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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30주년 갈라 공연 무대

2014.2.22-23 예술의전당

유니버설발레단이 1984년에 창단 공연을 할 때, 남자 무용수가 부족하여 키가 큰 인쇄소 직원을 동원해야 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유니버설발레단은 세계 각지에서 온 70여명의 단원이 세계 투어를 하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은 30주년 기념 갈라를 통해 발레단의 강점을 선보이고자 했다. 발레단이 레퍼토리로 갖고 있는 정통 러시아 스타일의 대작 발레(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드라마 발레(오네긴), 저명한 안무가들의 모던 발레(두엔데, 인 더 미들, 블랙 케이크), 발레단이 창작해낸 작품(춘향)을 자랑하면서,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과 신예들, 연계 발레학교인 워싱턴 키로프의 발레 스타 서희와 강효정을 선보이고 싶어했던 것이다. 1부는 클래식 작품, 2부는 현대 작품으로 나누어, 국내에서 공연되는 갈라로서는 드물게 인터미션 포함 3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발레단이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공연에 너무 많은 것을 넣었다는 점은 무리수였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고, 공연을 보는 관객의 감정도 배려해야 한다. 1부의 라 바야데르는 3막 2장의 망령들이 등장하는 군무와 니키아와 솔로르의 아다지오, 코다의 군무까지 거의 한 막의 반 이상이 되는 긴 작품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서 파드되 또는 발췌부분(로즈 아다지오)을 5개나 더 보여주며 1부를 1시간 30분가량 이어나갔다. 여러 작품을 보다 보면 관객의 집중도는 흐트러진다. 만약 작품 하나하나의 강약 조절이 잘 되었다면 지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발레에서 가장 행복한 파드되 중 하나인 돈키호테의 결혼식 파드되에 이어, 드라마 발레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장면인 오네긴의 편지 파드되를 보여주어 관객의 몰입을 방해했다. 관객이 간신히 몰입해서 오네긴의 비극을 경험하며 감정을 소모하고 나니, 이번에는 또 다시 주인공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해적 파 드 트로아가 나온다. 작품 하나하나는 무용수들이 좋은 기량을 보여주었지만, 관객을 지치게 하는 구성이었다. 조명 또한 너무 어두워서 감상을 방해했다.

한편 2부는 적절하게 구성되어 관객의 집중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발레단의 야심작 춘향으로 시작해, 이후 이어진 컨템포러리 발레들은 무용수의 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강렬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었다. 나초 두아토의 <두엔데>,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 한스 판 마넨의 <블랙 케이크>, 존 노이마이어의 <녹턴즈>로 세계 최고의 안무가들의 작품을 보여주었고, 마린스키 발레단의 이고르 콜브,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서희,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효정과 알렉산더 존스라는 게스트 무용수의 무대는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더 아름다웠다. 그리고 관객들의 가장 큰 호응을 일으킨 작품은 마지막 작품인 오하드 나하린의 <마이너스 7>이었다. 작품은 지금까지 무대에 올라간 발레와는 전혀 다른 막춤이 관객의 흥미를 돋구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객석의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내어 함께 춤추는데, 어색해 하면서도 흥겹게 춤추는 관객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완벽한 공연의 마무리였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라 바야데르>의 3막 셰이드 군무와 아다지오, 코다는 더블 캐스팅으로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이고르 콜브와 발레단의 신예 팡멩잉, 이동탁-김채리가 번갈아 맡았다. 이고르 콜브는 관객을 투명하고 아름다운 정통 클래식 발레의 세계로 이끌었다. 현악기의 선율에 맞춰 니키아의 망령을 정중하게 서포트하는 이고르 콜브는 모든 순간순간이 솔로르 그 자체였다. 전막도 아닌 작품을 발췌한 것일 뿐임에도 <라 바야데르>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클래식 발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첫 무대였다. 더블 캐스트였던 이동탁 역시 후회와 회한으로 가득한 솔로르의 모습을 잘 해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로즈 아다지오는 네 명의 구혼자에게 차례로 손을 맡기며 애티튜드 자세를 유지하는 장면이다. 김나은은 이 어려운 부분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돈키호테>는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탄탄한 테크닉이 볼거리였다.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절호조에 올라 있었다. <오네긴>의 편지 파드되를 춘 황혜민과 엄재용은 격렬한 감정을 그대로 쏟아낸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해적> 3인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예들에게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용정은 화려한 푸에테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했다. <베니스 카니발>은 흔히 공연되지 않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작품. 홍향기의 아름다운 라인에 주목했다.

2부의 시작인 <춘향>은 올해 전막이 올라갈 예정으로 맛보기를 할 수가 있었다. 이어진 컨템포러리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무용수들의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그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두엔데>. 신비한 플루트 소리에 맞춰 남성무용수 세 명이 춤춘다. 강민우, 진헌재,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작으로 신비한 요정 같은 느낌을 잘 살려냈다.
강미선, 이승현의 <인 더 미들>은 날카로운 금속음의 음악에 맞춰 예리하고 멋진 동작을 보여주었다. ABT의 서희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파드되를 춤출 예정이었지만, 파트너 이반 푸트로프의 부상으로 마지막 순간에 프로그램을 바꾸어야 했다. 서희가 대신 추게 된 노이마이어 안무 <녹턴즈>의 솔로는 서정적인 음색에 맞추어 한 여인의 삶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고르 콜브는 드미트리 피모노프 안무의 <솔로>를 추며 관능적인 매력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효정과 알렉산더 존스가 춘 <팡파르 LX>는 유연성의 극한을 과시하는 작품이었다.

세계적인 게스트와 더불어 유니버설발레단의 현재와 미래의 스타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무대였다. 프로그램 구성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이 보여주고 싶었던 발레단의 발전상은 잘 볼 수가 있었다.

유니버설발레단 30주년 기념 갈라 오픈 리허설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30주년 기념 갈라 오픈 리허설에 다녀왔습니다.
운좋게 지인도 당첨이 되어서 2시, 4시 두번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

그동안 유니버설발레단은 전막 공연을 주로 올렸고, 갈라는 자주 올리지 않아 아쉬웠는데, 30주년을 맞이해서 그동안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올렸던 주요 작품들을 한번에 보여주는 갈라가 올라가니 기대가 많이 됩니다.
게다가 유니버설발레단과 인연이 있던 강효정, 서희 씨 외에도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발레리노 이고르 콜브와 이반 푸트로프까지 한 무대에 서니 저는 정말...기쁘기 그지없습니다 ㅠㅠ
이고르 콜브는 본 소속인 마린스키에서는 점점 주역을 줄이고 캐릭터 역할을 맡기 시작해서, 앞으로 무대에서 주역으로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이렇게 초청해 주신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캐스팅이 발표되자마자 이것은 나를 위한 캐스팅인가? 라고 생각했지요. ㅎㅎㅎㅎㅎ 게다가 파드되 뿐만이 아닌 솔로까지 한다고 하니 너무 행복합니다.
너무 좋아서 토요일 낮, 저녁과 일요일 공연 3회를 예매했어요!

우선 2시 공연부터 감상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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